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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주의자 윤석열은 어떻게 범조국사태를 일으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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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뉴스타파'가 펴낸 <윤석열과 검찰개혁 : 검찰공화국 대선후보> 


청문회 나온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실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자는 "강자 앞에 엎드리지 않았고 불의와 적당히 타협하지 않았다"며 "정치적 사건과 선거 사건에서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고 정치 논리를 따르거나 타협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2019년 7월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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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19년 8월 27일 오전,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박상기는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를 마친 뒤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장관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20여 곳에 대해 조금 전 압수수색을 시작했습니다"라는 다급한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당시 '이건 정치행위다',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을 흔들려는 의도'라고 판단한 박 장관은 급하게 윤석열 검찰총장과 약속을 잡고 오후에 만났다고 한다. 2020년 9월, 박 전 장관이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털어놓은 그날의 후일담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박 전 장관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시종일관 "입시 얘기는 언급도 없이 사모펀드 이야기만" 했고, 1시간가량을 오로지 '조국 낙마'를 설득하는데 할애했다고 한다. 그날은 윤석열 검찰 특수부가 고려대, 부산대 등 20곳 넘는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일가족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한 날이었다. <윤석열과 검찰개혁 : 검찰공화국 대선후보>(<윤석열과 검찰개혁>)은 이 강제수사를 이렇게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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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차례나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강력한 수사 의지로 비쳤지만, 실은 미리 정한 방향에 맞춰 목표물을 향해 돌진하는 표적수사임을 뜻했다. 환부만 깔끔하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어디가 아픈지를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배를 갈라서 손길 가는 대로 이곳저곳 들쑤시는 셈이었다. 그런 수술방식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죄가 아닌, 사람을 겨냥한 수사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허위/왜곡/과장/편파보도가 판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윤석열과 검찰개혁 : 검찰공화국 대선후보> 137p)


최근 뉴스타파(한상진·조성식·심인보·최윤원 공동 저자)가 출간한 <윤석열과 검찰개혁>은 이처럼 <뉴스타파>가 직접 인터뷰하고 취재한 팩트를 통해 '범조국 사태'로 대변되는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을 둘러싼 진통 및 영향을 돌아보고 평가하는 의미 있는 작업물이다. 특기할 만한 것은 그 중심에 자리한 인물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아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란 사실이다.

2019년 7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전날 밤 '윤석열 2012년 녹음파일... 내가 변호사 소개했다' 영상을 공개해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로부터 오해와 비난을 샀던 <뉴스타파>. 이들은 '윤석열 검찰총장 탄생' 및 특수통 검찰의 '검찰개혁 저항'이란 비극의 출발을 어느 한쪽 시선에 국한시켜 편들 생각이 없다. 범조국 사태로 나라 전체를 뒤흔든 윤 전 총장과 그 사달을 탄생시킨 장본인들이 바로 문재인 정부라는 사실 역시 분명히 짚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주의자 윤석열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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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윤석열과 검찰개혁> 표지 이미지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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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주의자 윤석열'의 명과 암부터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사유 중 하나였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 의혹과 처가 의혹까지.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성과 및 한계를 짚는 방대한 기획인 <윤석열과 검찰개혁>은 그 중심에서 '대선후보 윤석열'의 초석이 된 '검사 윤석열'의 어제와 오늘을 훑는다.

앞서 출간된 <죄수와 검사>를 통해 전현직 검사들의 각종 비위 및 검사와 죄수가 연결된 생태계를 파헤쳤던 <뉴스타파>가 이번엔 검사 윤석열과 특수통 검사들로 이뤄진 '윤석열 사단'의 실체를 까발리고 있는 것이다. 그 중 다수는 이미 그들이 내놓은 취재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거나 인터뷰 막전막후 등이지만 이를 단일한 관점으로 집대성한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해 보인다.

이처럼 누군가는 단편적인 사건으로 이해하거나 흐트러진 '윤석열 사태' 및 청와대 수사로 이어진 '범조국 사태'를 단일한 시선으로 꿰뚫는 것이야말로 <윤석열과 검찰개혁>의 핵심일 터. 검찰주의자 윤석열의 다층적인 면모와 승승장구에 대한 분석 이후 가장 흥미진진하게 다가오는 장면이 바로 사태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윤석열은 왜 조국 일가족 수사에 올인했나'일 것이다.

앞서 소개한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 등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만난 법무부 및 청와대와 여권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 '친위 쿠데타'설과 윤 전 총장의 '대권 야망'론을 제기한다. 풀이하자면 조국 전 장관 임명을 막고, 정권을 위해 친히 윤 전 총장이 나섰고 그 과정에서 '포스트 문재인'을 구상하는 비선 실세가 정치공학상 충청권으로 분류되는 '비문 출신' 윤 전 총장이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추정에 불과하다. 윤 전 총장과 그 측근들의 목소리가 배제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윤석열과 검찰개혁>에서 더 정통한 듯 보이는 분석은 현 정부 내 움직임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왜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했나'란 세간의 질문 말이다.

그에 대한 <뉴스타파>의 답은 청와대 실책론이었다. '청와대와 검찰의 밀월'이란 측면 말이다. 청와대는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킨 윤 전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하면서 밀어줄 필요가 있었다. 적폐청산에 올인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칼이 필요했다. 청와대가 검찰주의자 윤석열을 신뢰하는 자가당착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청와대 내에서조차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임명을 반대하는 세력이 분명히 존재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또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 등 윤 전 총장의 개인 문제나 처가 문제를 심각하게 판단하고 세 차례나 불가 의견이 담긴 검증 보고서를 당시 조국 민정수석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청와대 내에 윤석열을 미는 세력이 너무 셌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범조국 사태 및 윤석열 사태는 청와대가 저지른 '자승자박'의 결과였다는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실제 결과가 그랬다는 것이 <뉴스타파>의 결론이었다. 이를 <윤석열과 검찰개혁>은 "기세등등한 그는 더 큰 욕심을 냈다. 정권의 기대와 그의 야망이 동상이몽으로 맞아떨어졌는지도 모른다"고 표현했다.

검찰개혁 해설서이자 윤석열 검증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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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절반의 성공' 정도로 평가하는 <윤석열과 검찰개혁>은 그 '자승자박'의 결과를 입증하기 위해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당연한 수순이다. 그래야만 나라를 뒤흔든 범조국 사태를, 그 이후 '윤석열 검찰'의 '검찰 쿠데타' 및 '추윤 갈등' 프레임을 납득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물론 <뉴스타파>는 그 일련의 과정을 '살아있는 권력 수사', 즉 '살권수의 칼춤'이라 정의한 뒤 검찰주의자 윤석열의 선택적 정의가 어떻게 그 수사에 적용됐는지를 날선 언어를 통해 낱낱이 까발린다. 여러 인터뷰이들의 증언과 검찰 인사 및 수사 과정이, 그리고 언론 보도가 남긴 '증거'들을 근거로 말이다. 

결론적으로, 지난 2년 간 검찰주의자 윤석열이 벌인 살권수와 그 부산물들은 윤 전 총장이 대권후보로 가기 위한 검찰쿠데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이를 부추긴 것은 보수야권과 다수 언론들이었다. 그 과정에서 현 정부의 검찰개혁이 상당수 동력을 소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윤석열과 검찰개혁>의 분석이었다.

여기서 그쳤다면 그저 중립적인 시선에서 바라본 검찰개혁의 빛과 그림자 수준의 분석서로 비쳤을 것이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향후 대선후보 윤석열의 아킬레스건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윤우진 뇌물사건'을 다각도로 파헤친다.

이미 <뉴스타파>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윤 전 세무서장 인터뷰의 막전막후는 기본이다. 2012년 부장검사 시절 윤 전 총장의 인터뷰 및 그의 최측근이자 윤우진의 친동생인 윤대진 당시 대검찰청 중수2과 과장(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이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윤우진 뇌물사건'의 전말은 말 그대로 '특수통 고위 검사는 어떻게 사는가'에 대한 해설서 기능을 톡톡히 한다. 이 사건을 둘러싼 윤 전 총장의 과거 언행 및 현재 대응만으로도 유일무이 특수통 검사 출신 대선후보 윤석열의 됨됨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과 검찰개혁>은 여기서 또 하나 친절함을 베푼다. 지금껏 여러 매체에서 단편적으로 보도된 윤 전 총장 처가 의혹을 5개 사건으로 분류, '윤로남불'이란 이름하에 세세하게 설명한다. 이를 통해 검찰권력 비판서로 출발, '검찰총장 출신 대선후보 윤석열'에 대한 검증서로의 역할까지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고 할까.

"윤석열은 과대포장됐다. 인기도 다분히 거품이다. 하지만 역사는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 전두환도 됐는데, 윤석열이라고 안 될 것도 없다. 주변 검사들은 윤이 대통령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리고 대통령을 하면 문재인보다 나을 거라고 믿는다. 적어도 진영논리에 갇혀 유능한 인재를 쓰지 못하거나 이상에 치우쳐 비현실적인 경제정책을 밀어붙이지는 않을 테니까." (<윤석열과 검찰개혁> 364p)

책 말미에 담긴 검찰 고위직 출신 법조계 인사의 평가다. <뉴스타파>는 이런 평가가 주류언론의 위력적인 프레임이 작동한 결과라 부연하긴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윤 전 총장은 유력 대선후보다. <윤석열과 검찰개혁>의 검증을 확인한 독자들은 분명 생각을 달리하겠지만 말이다.

그리하여 이 검증서의 방점은 검찰개혁에 찍힌다.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정권이 "힘이 있을 때 신속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기면서. 물론 관건은 민심이다. 검찰개혁도, 대선후보 윤석열의 미래도 그 민심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과 검찰개혁>을 읽는 일은 그 민심이 얼마나 호도될 수 있는지를, 검찰과 언론, 정치권에 의해 호도된 민심이 어떻게 검찰주의자 윤석열을 대선후보로 키웠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괴롭지만 분명 나라의 미래를 위해 마주해 봄 직한 시간 말이다.
윤석열과 검찰개혁 - 검찰공화국 대선후보
한상진, 조성식, 심인보, 최윤원 (지은이), 뉴스타파(2021)  이 책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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