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정대택 국감증인 "우리가 취소시켰다"..국힘 "박완수의원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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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해 9월 여야 합의로 "국정감사 증인" 에 채택되었던 정대택씨의 국감 증인 철회를 두고 “우리는 이미 취소시켰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가 실제 국정감사 증인 채택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했다면 어떤 경로인지 등을 두고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후보자 배우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사람에 대한 당 차원 대응"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한겨레에 실린 정대택 국감증인 불발 타임라인. |
▲ MBC스트레이트 |
▲ 19일 유튜브 채널 '뉴스토마토' 노영희 변호사의 뉴스인사이다에 출연한 정대택씨 |
20일 <한겨레>가 입수한 김건희씨의 이른바 ‘7시간 통화’ 내용을 보면, 김씨는 비서를 통해 지난해 9월25일 인터넷 매체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정대택씨의 "국감 증인 채택 건" 에 대해 문의했다. 앞서, 9월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3차)에서 정대택씨 증인 채택은 가결됐고, 10월5일 경찰청 국감에 "정씨의 출석이 예정된 상태" 였다.
9월25일 저녁 7시쯤, 김건희 씨는 이 기자에게 전화해 인사만 나눈 뒤 “비서”라고 부르는 황모씨를 바꿔줬다. ‘황 비서’는 “정대택 이 양반 출석한다고 해가지고, 우리가 어떻게 대비하면 좋겠냐”고 이 기자에게 물었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윤석열 후보와 인연을 맺어줬다고 말한 ‘무정스님’과 가까운 황모(30대)씨가 김씨를 돕는 정황도 드러났다. 정대택씨는 윤 후보 처가 쪽 문제를 줄곧 제기해온 인물이다.
정대택씨는 윤석열 후보의 장모이자 김씨의 모친인 최은순씨와 18년째 법적 다툼을 진행하며, 김씨 관련 의혹, 최씨의 범법 의혹 등을 줄곧 제기해온 인물이다. 김씨는 ‘7시간 통화’에서 정대택씨를 수차례 “나쁜 사람”이라고 하거나 욕설을 한다.
국감 당시는 윤 후보의 장모 최씨가 "요양병원 부정수급 사건" 으로 법정구속됐을 때다. 경찰청 국감에서 정씨 출석을 요구했던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래 무혐의 불기소 처분되었던 것인데, 다시 재판이 진행돼서 (최씨가) 법정구속되는 것을 보고 이전 사건들이 어떤 곡절이 있을 수 있다 판단하고 증인 신청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윤 후보로선 ‘처가 리스크’에 대한 불리한 발언이 예상되고, 정대택씨 또한 출석을 기대하는 상황이었다.
▲ 국민의힘 박완수의원 |
9월 통화에서 증인 채택 경위를 묻는 ‘황 비서’에게 이 기자는 “여야 합의로 채택된 것”이라 증인 출석 번복은 어려울 것이란 취지로 답변했다. 이에 황 비서는 국회 행안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완수 의원을 거론하며 “간사가 막판에 뒤집어질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주일 뒤인,10월 2일 이 기자에게 “정대택 증인(채택)이 거부됐다”고 단정해 말했다. 국회 행안위 회의록을 보면, 정씨를 증인·참고인 명단에 포함시켜 합의 가결한 3차 회의(9월16일) 이후, 4차 회의(10월1일)까지 국민의힘 의원들 누구도 정씨에 대해 언급한 바가 없었다.
다음날인 10월3일 통화에서 “증인 철회가 되지 않았다”고 확인해주는 이 기자에게 김씨는 “취소 안 됐다고? 잠깐 끊어보세요. 제가 알아볼게요”라며 다급한 듯 통화를 끝내기도 했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10월5일, 실제 국회 행안위에서 정대택씨 증인 출석은 전격 철회됐다. 국민의힘으로서도 경선 중이긴 하나,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윤 후보에게 불리한 증인 채택을 반길 리 없어 보이나, 그간 두 차례 행안위 회의에선 여야 간 이견이 없었다.
그러다 국감 당일 결국 전격적으로 증인 출석이 뒤집어진 셈이다. 당시 정씨는 피감기관인 경찰청에 이미 도착해 있었다.
한겨레 취재 결과, 행안위 소속 여당 위원들은 국감을 앞두고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이 정씨의 증인 채택을 적극적으로 반대했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 간사인 박재호 의원은 “이미 (정씨를 증인으로) 채택했고 (국민의힘에서도) 동의를 했는데, 뒤늦게 국민의힘에서 강력하게 반대해 회의를 진행하지 못할 정도였다”며 “공개적으로는 아니지만 (박완수 간사가) 개별적으로 (위원들을) 계속 접촉해 ‘행정 착오’를 이유로 철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박완수 의원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통해서도 증인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행안위 위원장이었던 서영교 의원은 “뒤늦게 박완수 야당 간사가 ‘정대택이 포함됐는지 확인하지 못했다’며 간절하게 (증인 철회를) 요청해왔다”며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통해서도 요청을 해왔다”고 말했다.
처음 정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던 이해식 민주당 의원도 “박완수 간사가 김기현 원내대표에게 적극적으로 (증인 철회를) 요청했고, 양당 원내대표들끼리 얘기가 있었다는 건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간 협의에서도 정씨 증인 철회가 원만히 합의되지 않자, 10월5일 국회 행안위의 경찰청 국정감사는 파행 직전까지 갔다. 야당 의원들은 ‘대장동 특검 요구 마스크’를 쓰고 입장하며 정씨의 증인 채택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정회 끝에 서영교 위원장과 여야 간사 합의로 정씨 증인 철회와 ‘대장동 특검 요구 마스크’ 교체를 서로 맞바꿨다. 이날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정대택씨는 윤석열 장모와 10년간 여러 송사가 있었기에 지금 수사 중인 사건과는 별개로 질의하고 응답할 것들이 많이 있다”며 “행안위에서 정상적인 의결 절차를 거쳐서 의결을 했었고 (여야가) 합의를 했던 내용인데,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증인이) 철회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은 “증인은 현재 검찰에 출석해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오늘 국감에서 여야 간사 간에 합의한 대로 정대택 증인을 제외해줄 것을 요청한다”(회의록)고 말했다.
<김건희 일주일 뒤 “증인 채택 거부” 알아>
사태가 마무리된 국감 당일 저녁에도 김씨는 이 기자와 통화를 나눴다. 이 기자가 “오전에 이 건(증인 철회) 가지고 여야가 한시간 동안 싸웠다”고 하자 김씨는 “내가 벌써 얘기했잖아. 동생(이 기자)한테 정해졌다고. 뉴스는 그렇게 나왔는데, 이미 그거(증인 철회)는 조치가 되어 있던 것으로 우리는 여기서는 이미 취소시켰었던 상태였다.
이걸 통과시켜주면은 국민의힘이 너무 힘이 없어 보이지 않냐 그래서 취소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취소시켰는데, 휴일(10월2~3일)이 있어 통보가 안 되었다”는 말도 했다.
국감 증인 채택은 여야 간의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첨예한 문제다. 대기업 총수의 증인 출석이 종종 뉴스가 되듯, 이해관계자들의 ‘정치력’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증인 채택을 빼주는 조건으로 "거래" 가 이뤄져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케이티(KT) 이석채 전 회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씨처럼 출석 당일 증인 채택이 번복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김건희씨 쪽에서 국정감사 증인 건으로 긴밀하게 이 기자와 의견을 나눈 이는 ‘황 비서’였다. 황씨가 국회나 국민의힘 쪽을 상대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앞서 국민의힘은 ‘황 비서’의 존재를 묻는 한겨레에 “김건희씨는 수행비서가 없다”고 18일 답한 바 있다. 김씨가 “비서”라고 부른 황씨는, 김씨가 윤석열 후보와의 "부부연을 맺어준 사람" 이라고 말했던 ‘무정스님’을 사내이사로 재직시켰던 "동해전기건업 사장의 아들" 이다.
국민의힘은 20일 한겨레에 “황씨는 수행원이 아니고, 지인일 뿐이고, (누가 통화했든) 지인이 몇차례 대신 통화했다고 해서 수행원이라 할 수도 없다”며 “(김건희씨 쪽에서) 이명수씨로부터 정대택 증인 채택된 사실을 듣고, 정대택이 평소 불륜설, 유흥접대부설 등을 퍼뜨린 사람이라는 점을 선거캠프에 알린 사실밖에 없다.
후보자 배우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사람에 대하여 당 차원에서 증인 채택 문제를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고 문제될 것이 없다”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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