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사실 담긴 '4월3일' 고발장..'언론 사찰' 가능성까지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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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고발 사주 의혹 사건 제보자인 조성은씨에게 지난해 4월3일 전달한 이 사건 핵심 물증인 ‘고발장’에 당시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담긴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쪽은 이를 근거로 고발장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고발장 작성에 검찰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한겨레>가 당시 고발장을 확인해보니, 지난해 4월3일 고발장 작성 당시 수사기관이 아니면 파악하기 힘든 대목들이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것이 고발장 11페이지에 담긴 ‘검·언유착 의혹’ 사건 제보자 엑스(X)인 지아무개씨와 이철 전 밸류인베트스트코리아(VIK) 대표와의 관계를 기술한 대목이다. 고발장에는 “지씨는 이철과 평소 서로 알고 지내는 지인이 아니었고, 여당 관계자의 소개를 통해 검찰을 비방하는 기삿거리 소재를 만들어 내고자 이철과 채널에이(A) 기자의 만남에 관여하게 됐던 것이다”라고 쓰여 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은 <채널에이(A)> 기자가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한동훈 검사장과 공모해 이철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리를 제보하라고 협박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하지만 지씨와 이철이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라, 실제로 대면한 적이 없는 사이라는 점은 그해 6월30일 <노컷뉴스>가 보도하면서 알려진 사실이다. 고발장이 전달될 당시,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내용이 단정적이고 구체적으로 담긴 것이다.
고발장 16페이지에 그해 4월3일 <조선일보> 보도를 언급하며 지씨를 ‘전속 제보꾼’이라고 표현한 대목도 논란거리다. 당시 <조선일보> 기사에는 “전속 제보꾼”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지 않았다. 일주일 뒤 같은 신문 칼럼에 등장한 표현이다.
10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압수수색을 두고 대치 중인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 모습. 공동취재사진구체적 사실이나 표현뿐만 아니라 방대한 내용을 두고도 검찰이 고발장 작성에 개입했을 수 있다는 의심이 나온다. 김웅 의원이 지난해 4월3일 조씨에게 고발장을 전달하기에 앞서 메시지를 보낸 시각은 이날 오전 10시12분부터다. 김 의원은 ‘손준성 보냄’으로 표기된 <조선일보>기사(친여 브로커 “윤석열 부숴봅시다”…9일 뒤 MBC ‘검·언유착’ 보도) 링크와 “제보자X가 지XX(원본에는 실명 기재)임”이라는 메시지를 시작으로 김 의원은 지씨와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등의 페이스북 갈무리 등 이미지 80여건을 무더기로 전달했다.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게서 전해 받은 것으로 의혹이 이는 메시지다.
당시 김 의원이 조씨에게 보낸 첫번째 메시지가 바로 고발장 16페이지에 언급된 <조선일보> 기사다. 이 기사는 이날 새벽 3시께 인터넷에 공개됐다. 이후 김 의원은 ‘손준성 보냄’으로 표기된 지씨의 실명판결문과 고발장을 각각 1시47분과 4시19분에 조씨에게 전달했다. 지씨 관련 기사가 나오고 불과 몇 시간 만에 그의 실명 판결문이 증거 자료로 첨부되고 보도된 기사를 발 빠르게 엮은 고발장이 완성돼 전달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발장에는 “피고발인 최강욱은 (중략) 4월3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검찰과 언론이 유착된 선거개입에 대해) 쿠데타로 생각한다’라고 발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고발장이 전달된 날 오전에 이뤄진 사안으로 관련 기사는 오전 11시20분부터 보도됐다. 유시민 이사장이 이날 아침 7~8시께 <엠비시> 라디오에 출연해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언론을 컨트롤하는 고위 검사와 법조 출입기자는 같이 뒹군다, 이렇게 막장으로 치닫는 언론 권력과 검찰 권력의 협잡에 대해 특단의 조치 없이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발언도 고스란히 고발장에 담겼다. 오랜 시간 준비한 내용과 함께 이날 이뤄진 발생 건들을 정교하게 묶은 것을 두고 수사기관의 솜씨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고발장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된 손 검사가 당시 각종 범죄 정보를 수집하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었다는 점도 이런 의혹을 부채질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반면 윤석열 전 총장 등 국민의힘 쪽에서는 당시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 일반인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고발장에 담긴 것 등을 근거로 ‘고발장이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참 뒤에 작성된 고발장의 전송 시점을 조작해 ‘정치 공작’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발장에 대해 “출처와 작성자가 드러나지 않는 괴문서”라고 일축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고발 자료의 진위를 따지는 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김웅 의원이 조씨에게 보낸 고발장은 출력된 문건을 사진으로 찍은 이미지 파일인데다 조씨가 검찰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제출했다는 점에서 조작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당시 검찰이 기자들을 사찰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고발장에 적시된 피고발인 가운데는 범여권 인사뿐만 아니라 언론인들도 포함됐는데, 관련 내용이 수사기관이 아니면 알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건 제보자인 조성은씨는 1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고발장에 피고발인으로 적시된 기자들과 직접 연락해보니 내가 문서를 전달받은 지난해 4월3일엔 고발에 적힌 내용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언론을 사찰하거나 내사하지 않으면 알기 힘든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김경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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