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묵의 미디어깨기] 조국과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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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
《조국의 시간》을 읽으면서, 사나운 사냥개로 전락한 한국 언론의 실상에 새삼 몸서리쳤다. 검찰이 정보를 흘리면 대다수 언론이 거국적으로 ‘단독’보를 양산하고, 야당이 메가톤급 확성기가 되어 소음을 굉음으로 키운다. 의도한대로 여론이 형성되면 검찰은 수사를 확대하고 정보를 또 언론에 흘린다. 이것이 검찰-언론-국힘당 삼각편대의 진보인사 죽이기 알고리즘이다. 핵심 고리가 언론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윤석열사태’ 전까지만 해도 국내 언론사를 조중동과 같은 보수언론과 한경('한겨레' '경향')같은 진보언론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옛날이야기다. 이제 중앙 일간지와 종편채널, 공민영 지상파방송과 같은 주류언론의 경우, 적어도 뉴스에 있어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무한경쟁 환경이 그들을 추락시킨 면이 있지만 환경 탓만은 아니다. 스스로 기득권세력에 편입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자신의 계층성에 함몰된 채 오로지 돈줄에만 목을 매는, ‘자본가의 폐품창고를 지키는 사나운 개’(junkyard dog)로 전락했다.
부패한 기득권세력과 언론으로부터 부당한 공격을 받게 되었을 때 힘없는 시민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는 ‘마주했던 모든 일’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야만 자신을 부당하게 공격하고 감금하고 기소했던 사악한 무리를 역사의 법정에 다시 세울 수 있다.
조국교수에 대한 수구세력 ‘삼각편대’의 융단폭격은 본인뿐만 아니라 아내와 딸, 부모와 동생 등 전 가족을 대상으로 자행되었다는 점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조국교수가 고통스럽게 기록하고 있듯이, 그들의 목표는 조리돌림과 멍석말이를 통해 사건을 ‘공소권 없음’(죽음)으로 종결하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조국의 시간》은 기득권 세력에 맞서 싸우고 있는 한 지식인의 처절한 ‘생존보고서’다.
그럼에도 ‘기레기 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6월 21일 《조선일보》는 ‘성매매 유인’기사에 아무 관계도 없는 조국교수와 딸의 모습이 묘사된 일러스트를 사용했다. 전형적인 ‘부도덕 이미지’ 들씌우기다. 이 기사를 보고 분노한 한 시민이 6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선일보 폐간을 청원했다. 신청 5일 만에 26만여 명의 시민이 동참했다.
누군가 말했듯이 ‘저 것들은’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칼자루를 쥐고 있을 때 베푸는 ‘어설픈 관용’은 언제나 비극의 씨앗이 된다. 루쉰이 이야기했듯이 파시스트는 페어플레이의 상대가 아니다. 물에 빠진 개는 큰 몽둥이로 두들겨 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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