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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선관위의 정보공개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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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에 공개했던 선거 관련 문서조차 '선거 소송 중' 사유로 비공개 



제20대 대선 여수시개표소 개함부에서 투표지 정리하는 장면
▲  제20대 대선 여수시개표소 개함부에서 투표지 정리하는 장면
ⓒ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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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중앙선관위)가 지난 제20대 대선 관련 문서를 소송 등의 이유로 '비공개하라'는 지침을 내려 예년에 비해 정보공개에 더 소극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선관위 지침에 따라 지역 선관위에서는 '투표록' 같은 선거 관련 기초 자료마저 비공개 결정을 하였다.

<머니투데이>의 3월 10일 자 보도에 따르면 대구시선관위는 두 명의 선거인이 5일에 대구 동구 안심1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9일 본 투표에서 다시 투표한 사실을 알고 그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였다. 하지만 이들이 이중 투표한 그 표들은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고 사실상 투표용지를 가려낼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유효표 처리됐다.

기자는 관련 사실을 선거 서류로 확인해 보고자, 지난 12일 대구동구선관위에 제20대 대선 투표록과 개표상황표 등을 정보공개청구하였다. 이에 대구동구선관위는 24일 "제20대 대선 투표록 : 선거소송이 진행 중인 사유로 비공개"하고 나머지 '제20대 대선 개표상황표(120매)'는 공개하겠다고 부분공개 통지를 하였다.
      
투표록은 현장 투표소 설치 장소, 운영시간, 투표 참관인 참관 상황, 투표 상황, 특기 사항 등이 기록돼 있는 공문서이다. 이 문서를 살펴보면 안심1동 사전투표소와 본투표소를 비롯해 다른 투표소들의 상황이 어떠하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대구동구선관위는 '선거소송이 진행 중인 사유'를 내세워 비공개 처리한 것이다. 담당자에게 왜 이런 처리를 하였는지 묻자 "중앙선관위 지침에 따른 것"이라 하였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제18대 대선, 제19대 대선, 제20대 총선 당시까지만 해도 투표록, 개표록, 선거록 등의 문서를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공개하였다. 당시에도 여러 건의 선거무효 소송이 제기됐지만 선거소송 진행을 이유로 비공개 처리하지 않았다. 다만 투표함에 담겨 보관 중인 투표지에 대해서만 법원 결정이 있어야 한다며 비공개 처리를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선거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비공개한 것이다.
      
28일 중앙선관위 선거과의 정보공개 담당자에게 어찌된 일인지 문의해 보았다. 그는 "지난 21대 총선 때부터 같은 조치를 해왔다. 그 이전에는 어떻게 하였는지 모르겠다"며 "개표상황표를 제외한 선거 관련 서류를 비공개 처리하라"는 지침을 내린 사실을 인정하였다. 개표상황표의 경우는 개표할 때 참관인들에게도 공개를 하는 자료라서 공개가 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매번 공직선거(대선, 총선, 지방선거) 때마다 크고 작은 선거 쟁송이 있다. 낙선한 후보들이나 시민단체, 선거인들이 투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소송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선거 소송이 없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면 앞으로 중앙선관위는 선거소송이 제기될 때마다 그 사유를 들어 '개표상황표'를 제외한 선거관련 서류들에 대해 비공개 처리를 하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이는 "공공기관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는 국민의 권리가 존중될 수 있도록 이 법을 운영하고 소관 관계 법령을 정비하며, 정보를 투명하고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조직문화 형성에 노력하여야 한다"(법 제6조 제1항)는 정보공개법 조항에 어긋난 지나친 비밀주의이다. 선거관련 정보비공개 처리가 많아질수록 의혹은 커지고 음모론이 난무해 선관위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자초할 위험성이 높다.

이 같은 지적에 중앙선관위 담당자는 '일리 있다'고 수긍하면서도 비공개한 대구동구의 투표록에 대해선 '이의신청을 하라'고 안내하였다. 관공서가 정보공개 비공개 처리를 하면 청구한 시민은 '이의신청'을 하거나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의신청을 한다고 해도 선관위 소속 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중앙선관위의 지침이 잘못됐다'며 그것을 받아 들여 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행정심판청구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결정까지 적어도 반 년 이상은 걸리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 중앙선관위의 정보공개 관련 '지침' 하나로 이 같이 국민의 알권리가 크게 제한되고 있어 선관위의 정보공개 업무가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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