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측근'사무실엔 2m짜리 부적…무속·역술에 둘러싸인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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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인공지능과 메타버스로, 미래 첨단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선시계는 거꾸로다. 미래 비전은 안갯속이고, 무속·역술 논란만 요란하다.
시발은 윤석열·김건희 부부다. 두 사람 주변엔 무속·역술인이 즐비하다. 천공스승, 무정스님, 건진법사만이 아니다. 강원도 강릉이 외가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외사촌 누나도 역술인이다. 윤 후보의 40년지기이자 후원자인 황하영 동부산업 대표도 무속이나 역술과 가까운 인물이다. 그의 사무실엔 대형 부적이 걸려 있다.
황 대표는 윤 후보에게 단순한 지인이 아니다. 둘의 인연은 오래됐다. 무정스님과도 얽혀 있다. 아들 황○○ 씨는 현재 윤석열-김건희 수행비서로 활동 중이다. 지난달 13일 김건희 씨의 뒷목을 잡아누르며 취재진의 카메라를 피하던 이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황 씨는 국민의힘 대선 캠프의 공식 일원은 아니다. 엄밀히 말해 비선라인에 속한다.
윤 후보 부부 주변의 무속·역술인에 대중이 주목하는 것은 그들의 조언이 미칠 영향력 때문이다. 나랏일에도 그들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실제 윤 후보 부부의 삶은 무속과 역술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않는 삶이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황 대표는 윤 후보가 검사 시절일 때부터 친하게 지냈다. 황 대표는 지난해 7월 강원도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사법고시 보기 전부터 알았고 (윤석열 후보가) 강원도에서 (검사로) 근무할 때 더욱 친분을 쌓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동부산업은 과거 심무정 씨가 이사로 재직한 곳이다. '무정스님'으로 불리는 역술가 심 씨는 윤 후보와 김건희 씨를 이어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김 씨는 유튜브채널 '서울의소리' 소속 이모 기자와의 6개월에 걸친 통화에서 "무정스님이 '너는 석열이하고 맞는다'며 결혼을 권했다"(2021년7월20일 통화)고 털어놨다.
주변의 무속과 역술이 사적인 일만이 아니라 공무에도 영향을 끼쳤을 개연성이 적잖다. 2020년 2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대구에 확산할 때 신천지 종교시설에 대한 경찰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검찰이 두 번 반려한 배경에 무속인 '건진법사'(전 모 씨)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 터다. 세계일보는 지난 17일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후보에게 전 씨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에 대해) 손에 피 묻히지 말고 부드럽게 가라'고 조언했다"고 보도했다.
만사대통·소원성취·건강 담은 '부적 종합선물세트'
UPI뉴스 취재진은 지난해 11월 동해시에 있는 황 대표 사무실을 방문했다. 당시 그는 외출 중이었다. 사무실엔 여직원만 있었다. 취재진 눈에 확 들어온 것은 사무실 벽면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부적 액자였다. 높이는 2m 가까이 돼 보였다. 대형 십이지신상을 중심으로 위아래 세 개 문양이 대칭을 이룬 부적이었다.
이 부적에 대해 한 무속신앙 전문가는 "십이지신상수호부, 팔진도칠성부, 선신수호부, 만사형통부 등이 총망라됐는데 이는 만사대통·소원성취·건강장수·액운소멸 등의 뜻을 종합적으로 담고 있는, 한마디로 부적 종합선물세트"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그러면서 "각자 개별적으로 그리는 것은 봤지만, 이 모든 문양을 하나에 담아 액자로 만든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부적 내용과 관련해 불교계 부적전문가는 "정통 불교계에선 잘 사용하지 않는 형태"라고 밝혔다.
부적 하단엔 '봉신자공덕혜'(奉信者功德惠)라고 쓰여 있다. 여기서 말하는 '봉신자'(奉信者)란 교리를 따르는 신도, 즉 '추종자'를 의미한다. '공덕혜'(功德惠)는 화엄경에 등장하는 보살 중 하나다. 그다음엔 부적을 쓴 이의 '법명'과 '기원한다'는 의미의 '합장'(合掌)이 나란히 쓰여 있다. 이 밖에 황 대표 사무실에선 작은 불상도 몇 개 눈에 들어왔다.
윤 후보 외사촌 최모 씨가 강릉에서 운영하는 철학원은 외할머니 손때가 서려 있는 적산가옥 형태의 외가 바로 옆에 있다. 윤 후보 외가는 현재 비어 있다. 사촌 최 씨는 그 옆 건물 철학원에서 사주, 관상, 작명 등을 보는 역술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 씨는 UPI뉴스에 "석열이(윤 후보)가 어릴 때부터 누나들을 잘 따랐다"며 "최근까지도 강릉에 올 때면 들렀다 가곤 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외가가 강릉인 점과 1990년대 중반 강릉지청에 근무했던 점을 꼽으며 강원도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12월 첫 지방 일정지로도 강릉을 정했다.
12월10일 강릉 중앙시장을 방문한 윤 후보는 "강릉의 외손이 강릉에 왔다"며 "이 거리가 제 외가가 있던 곳이고, 여기 중앙시장이 제가 어렸을 때 제 할머니가 가게 하시던 곳이다. (외가에 오면) 할머니 가게부터 가서 인사를 드리고 어릴 때 놀던 곳"이라고 말했다.
외사촌이 운영하는 철학원은 중앙시장과 300m 거리에 있다.
UPI뉴스 / 탐사보도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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