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검찰, '윤우진 뇌물사건' 부실수사 인정...과거 자체 수사결과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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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015년에 무혐의 처리했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사건’ 수사결과를 6년만에 스스로 뒤집었다. 29일 검찰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세무사와 육류업자로부터 총 2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윤우진 전 서장을 기소했다. 기소된 혐의 중 대부분은 2015년 2월 검찰이 ‘대가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던 것들이다.
검찰은 또 윤우진 뇌물사건에 변호사를 소개하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아 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2012년 윤우진 뇌물사건 당시 부장검사)와 윤우진의 친동생인 윤대진 검사장(법무연수원 기획부장)에 대해선 ‘공소시효’ 등의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윤석열과 윤대진은 ‘윤우진 뇌물사건’과 관련 변호사법 위반,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아 왔다.
윤우진 뇌물사건 재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 13부가, 윤석열과 윤대진 두 사람에 대한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 6부가 맡았다.
2015년 2월 검찰이 무혐의 처분하며 끝났던 윤우진 뇌물사건이 재점화된 건 2019년 7월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다. 뉴스타파가 “윤우진에게 변호사를 소개했다”고 시인한 윤석열 후보의 7년 전 육성파일을 공개하면서 이 사건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주광덕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윤우진 뇌물사건 재수사를 요구하는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했고, 지난해 10월 추미애 법무장관은 검찰에 재수사를 지시했다.
검찰은 이번에 재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6년 전 자신들이 내놓은 수사결과를 스스로 뒤집으면서도 이유나 배경에 대해선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윤 전 서장을 무혐의 처분했던 검사, 이 사건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 어떤 수사가 이뤄졌는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윤우진 전 서장은 이 뇌물사건과는 별개로 2017~2018년 인천 지역 사업가 2명에게 정관계 로비 자금 1억 30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지난 23일 구속기소된 바 있다. 이 역시 지난 7월 뉴스타파의 보도로 시작된 사건이었다.
검찰, 6년 전 수사결과 뒤집고 윤우진 전 서장 2억 뇌물죄로 기소
검찰의 ‘윤우진 뇌물사건 재수사’ 결과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2015년 검찰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사건 재수사 결과. 둘째, 이 사건에 외압을 행사하거나 이 사건과 관련 허위공문서를 작성, 국회에 제출한 혐의를 받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윤대진 검사장에 대한 처분 결과다.
그럼 각각의 혐의에 대해 검찰이 내놓은 결과를 살펴보자. 먼저 윤우진 뇌물수수 의혹 사건 재수사.
결론적으로, 검찰은 윤우진 뇌물사건에 대해선 2015년 2월 검찰이 내놓은 수사결과를 스스로 뒤집었다. 검찰은 이번에 윤 전 서장을 2억 원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2004년부터 2012년 3월까지 세무 업무 관련 각종 편의를 제공하면서 세무사 A씨로부터 1억 6000만 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 2011년 육류업자 B씨로부터 역시 세무 업무 관련 각종 편의제공 대가로 4300만 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다. 2015년 2월 무혐의 처분했던 수사가 부실했음을 검찰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2013년 8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년 6개월에 걸친 수사끝에 윤우진에게 뇌물수수 혐의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로 사건을 송치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윤우진이 총 1억 4800만 원 가량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10월 6일,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면서 작성했던 수사의견서를 통해 당시 윤우진의 범죄 혐의를 구체적으로 공개한 바 있다. 윤우진의 뇌물수수 혐의는 총 8개에 달했다. 대부분 2011년 하반기에 진행된 육류업자 B 씨에 대한 중부지방국세청 세무조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대가로 받아챙긴 것들이었다. 윤우진이 받은 것으로 의심받은 뇌물 목록은 아래와 같았다.
1. 2010년 3~4월경 육류업자 B씨에게 1000만 원 현금 수수
2. 2010년 7월 중순경 육류업자 B씨에게 1000만 원 수수
3. 2011년 2월 1일경 육류업자 B씨에게 1000만 원 상당의 LA갈비세트 수수
4. 2010년 11월 21일~2011년 12월 18일경까지 육류업자 B씨로부터 21회에 걸쳐 4000만 원 상당의 골프접대
5. 2011년 9월 20일 내연녀 명의 계좌를 이용해 아파트 구입대금 명목으로 D세무법인 A 세무사에게 5000만 원 수수
6. 2011년 10월 7일 내연녀 계좌를 이용해 가전제품 구입대금 명목으로 육류업자 B씨에게 1000만 원 수수
7. 2004년 10월~2012년 3월까지 세무사 A씨에게 86회에 걸쳐 800만 원대 휴대전화 요금 대납
8. 2021년 3~7월까지 (주)OOOO 대표에게 휴대전화를 제공받아 58만 원의 휴대전화 요금대납
2. 2010년 7월 중순경 육류업자 B씨에게 1000만 원 수수
3. 2011년 2월 1일경 육류업자 B씨에게 1000만 원 상당의 LA갈비세트 수수
4. 2010년 11월 21일~2011년 12월 18일경까지 육류업자 B씨로부터 21회에 걸쳐 4000만 원 상당의 골프접대
5. 2011년 9월 20일 내연녀 명의 계좌를 이용해 아파트 구입대금 명목으로 D세무법인 A 세무사에게 5000만 원 수수
6. 2011년 10월 7일 내연녀 계좌를 이용해 가전제품 구입대금 명목으로 육류업자 B씨에게 1000만 원 수수
7. 2004년 10월~2012년 3월까지 세무사 A씨에게 86회에 걸쳐 800만 원대 휴대전화 요금 대납
8. 2021년 3~7월까지 (주)OOOO 대표에게 휴대전화를 제공받아 58만 원의 휴대전화 요금대납
경찰은 사건을 검찰로 넘기면서 위 8개 범죄 혐의 중 8번(58만 여원 휴대전화 요금 대납)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에 기소 의견을 달았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고 1년 6개월 후인 2015년 2월,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돈을 받은 건 맞지만 대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 “제보자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 “윤우진이 육류업자의 세무조사에 관여한 증거가 없다” 는 등의 이유였다.
윤우진이 경찰 수사 도중 사건 관련자인 국세청 직원을 만나 거짓 증언을 강요한 사실, 윤우진에게 뇌물을 준 육류업자가 수사 초기 뇌물제공 사실을 시인했다가 수사 도중 진술을 바꾼 사실, 윤우진의 내연녀가 윤우진의 뇌물수수를 사실상 인정한 사실 등 윤우진에게 불리한 증언과 증거는 거의 배제해 버린 황당한 결론이었다
하지만 이번 재수사에서 검찰은 2013년 8월 경찰이 작성한 수사 의견서에 담긴 윤우진 뇌물 혐의의 상당부분을 인정했다. 앞서 소개한 8개 혐의 중 4~7번 항목이 인정됐다. 정리하면, 육류업자 B씨에게 골프비 4300여 만 원을 대납시킨 혐의, 세무사 A씨에게서 6000만 원 정도를 받아 챙긴 혐의다. 세무사 A씨는 2011년 육류업자 B씨가 세무조사를 받자 윤우진이 B씨에게 소개해 준 사람이다. 윤우진과 A씨는 오랫동안 국세청에서 같이 근무한 사이다.
이번 재수사 결과에는 2013년 경찰 수사 의견서에는 없는 내용도 들어 있어 눈길을 끈다. 윤우진이 세무사 A씨로부터 1억 원 상당의 뇌물을 별도도 챙겼다는 내용이다. 검찰이 내놓은 수사결과에는 이 부분이 이렇게 기재돼 있다.
용산세무서, 세무법인 등에 대한 압수수색 및 계좌추적을 통해 피고인(윤우진)이 사용한 차명 계좌를 새로 발견하는 한편, 세무사 A로부터 1억 원 상당의 뇌물을 추가로 수수한 혐의를 인지하였음.- ‘윤우진 뇌물사건’ 재수사 결과 보도자료 (2021.12.29)
검찰은 이번 재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종전에(2015년 2월) 불기소 처분했던 피의사실 중 대부분의 혐의를 밝혀 기소하였음”이란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2015년 2월에는 왜 검찰이 윤우진 전 서장의 혐의를 모두 무혐의 처분하고 사건을 덮었는지, 수사에 부당한 영향력이 행사된 결과는 아니었는지, 어떤 배경과 이유로 6년만에 수사결과가 뒤집힌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검찰의 이상한 논리…‘검찰총장 후보자는 공무원이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 6부가 맡은 ‘윤우진 뇌물사건 수사 무마 의혹’ 사건의 피의자는 2명이었다. 윤우진과 형동생 하는 사이였던 윤석열 후보, 그리고 윤우진의 친동생인 윤대진 검사장이다.
두 사람이 받은 혐의는 모두 3가지다. 먼저 윤석열 후보는 2019년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 준 사실이 없다”라는 내용의 허위 답변서를 작성한 후 국회에 제출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경찰 수사 당시 윤우진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혐의(변호사법 위반), 2012년부터 이듬해까지 진행된 경찰 수사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았다. 윤대진 검사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만 조사받았다.
그런데 검찰은 두 사람의 혐의 모두를 무혐의 처분했다. “공소시효가 지났다”거나 “법규정이 없다”는 이유였다.
먼저 검찰은 윤석열 후보에게 적용된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혐의’에 대해 이런 수사결과를 내놨다.
인사청문 대상인 공직후보자는 형법 기타 특별법상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규정이 없고, 인사청문과 관련하여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는 공직 후보자 자격에서 제출한 것일 뿐, 서울중앙지검장의 직무와 관련하여 작성된 공문서라고는 볼 수 없어 ‘혐의없음’ 처분하였음.- ‘윤우진 뇌물사건’ 재수사 결과 보도자료 (2021.12.29)
검찰의 논리는 쉽게 풀면 다음과 같은 3단 논법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허위공문서 작성과 행사’ 혐의는 공직자에게만 적용할 수 있다. 공직자가 아닌 사람이 만든 허위문서는 모두 사문서이기 때문이다.
2. 2019년 7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윤석열 후보가 만들어 국회에 낸 답변서는 공무원인 서울중앙지검장 신분이 아닌 ‘공직 후보자’ 신분으로 만들어 낸 것이었다.
3. 그런데 형법 등 관계 법령 어디에도 ‘인사청문 대상자인 공직후보자는 공무원이다’라는 규정이 없어 윤석열에게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
2. 2019년 7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윤석열 후보가 만들어 국회에 낸 답변서는 공무원인 서울중앙지검장 신분이 아닌 ‘공직 후보자’ 신분으로 만들어 낸 것이었다.
3. 그런데 형법 등 관계 법령 어디에도 ‘인사청문 대상자인 공직후보자는 공무원이다’라는 규정이 없어 윤석열에게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무원인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이 되기 위해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생긴 범죄 혐의인데, ‘공직 후보자는 공직자로 볼 수 없다’는 논리를 적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쨌든 검찰이 이런 결론을 내놓으면서 정작 중요한 문제, 윤석열 후보가 인사청문회 때 국회에 낸 자료가 허위문서인지 아닌지 여부, 변호사를 소개한 것이 사실인지 여부는 따져볼 기회를 잃게 됐다.
검찰은 윤 후보의 청문회 답변서가 허위였는지에 대해서도 판단을 피한 채, 공직 후보자 자격으로 낸 국회 답변서는 공문서가 아니라고 무혐의 처분했다. 윤 후보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는 점에서 형식논리가 아닐 수 없다. 시간을 끌다가 마지못해 벌인 재수사에서도 검찰은 자기 조직의 잘못에 대해 어느 것 하나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 두말할 필요가 없게 만든다.- 한겨레 (2021.12.29.)
뉴스타파가 2019년 7월 인사청문회 때부터 줄곧 제기해 온 변호사법 위반 의혹과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 역시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됐다.
하지만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문제에는 논란거리가 여전히 남아 있다.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 수사는 2019년 8월경 한 시민단체가 검찰에 낸 고발장에서 출발한 수사였다. “2012년 7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진행된 서울지방경찰청 수사 과정에서 경찰 수사를 방해한 혐의에 대해 윤석열, 윤대진 두 사람을 수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윤우진 뇌물사건에 외압이 행사된 것으로 의심되는 시기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경찰 수사 단계(2012년 초~2013년 8월)’와 ‘검찰 수사 단계(2013년 8월~2015년 2월)’다. 그런데 검찰은 애초 이 사건 수사 배경이 된 고발장에서 ‘경찰 수사단계’에 대한 판단만 구했다는 이유로 검찰 수사 단계에서의 불법 행위는 수사대상에 올리지도 않았다. 29일 경향신문은 이 부분을 이렇게 지적했다.
검찰은 시민단체가 이 사건을 고발한 내용이 ‘경찰 수사 방해’ 혐의라며 ‘검찰 수사 방해’ 의혹에 대해선 기소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발되지 않았더라도 관련 의혹을 ‘인지’해 수사해온 검찰의 관행과 다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향신문 (2021.12.29.)
검찰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던 사건이 6년만에 재수사를 거쳐 수사결과가 뒤집힌 건 큰 변화이자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검찰 스스로 부실수사 의혹을 인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각각의 범죄 혐의와 관련해 남아 있는 과제도 그렇지만, 검찰이 여전히 제식구 감싸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당장 검찰은 6년만에 수사결과를 뒤집는 흔치 않은 결과를 내놓으면서도 2012년부터 시작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제기됐던 검찰의 경찰수사 방해,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이 사건을 담당했고 무혐의 처분을 결정한 검사들에 대해 어떤 식의 조사를 진행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인적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재수사 결과가 반갑기는 하지만 씁쓸함도 함께 남는 이유다.
제작진
디자인 | 이도현 |
웹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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