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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 수수에서 성접대 의혹까지..'사기꾼 뒷배' 전락한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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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언론·검·경 망라한 '가짜 수산업자' 접대 네트워크 조명"사기 '판' 키워준 언론인…친목으로 권력 좌지우지하는 사회 자화상"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감방동기'로 만난 송아무개 전 월간조선 취재팀장은 전직 당대표를 소개해줬고, 이동훈 당시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현역 국회의원과 만남을 주선했다. TV조선 간판 앵커였던 엄성섭 기자에겐 성접대, TV조선 정운섭 기자에겐 대학원 학비 대납, 중앙일보 이가영 논설위원에겐 수입차 무상 렌트를 제공한 의혹이 불거졌다.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 사건이다.

포항 지역의 선동오징어(배에서 급랭한 오징어) 사기로 알려졌던 사건이 언론, 정치, 검찰, 경찰, 학계 등을 망라하는 전방위적 게이트로 번졌다. 지난 4월 사기 혐의로 구속된 김씨가 자신이 유력 인사들에게 상납해온 자료가 있다고 폭로하면서다.

이를 계기로 2016년 1억원대 사기 혐의로 징역을 살다 나온 김씨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사기 행각을 벌이는 동안 쌓았던 '황금 인맥'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엔 언론인들이 있었다. MBC 'PD수첩'은 17일 '가짜 수산업자와 황금 인맥' 편에서 그 관계를 들여다봤다.

▲8월17일 MBC 'PD수첩-가짜 수산업자와 황금 인맥' 갈무리 ⓒMBC

김씨 인맥은 송아무개 전 월간조선 취재팀장과의 만남을 계기로 시작됐다. 2016년 총선에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복역 중이었던 송씨는 교도소에서 만난 김씨로부터 '선동 오징어' 사업을 제안 받은 뒤, 자신과 가까운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를 김씨에게 소개했다. 그 결과 약 86억4000만원을 투자한 김 전 대표의 친형은 금액 면에서 최대 피해자가 됐다. 송씨 역시 17억4000만원을 투자했다고 알려졌다.

당시 김씨 명함에 적힌 업체의 주소지엔 변변한 건물조차 없었다. 거대 정당 대표까지 지낸 이가 대체 왜 이런 가짜 직함도 거르지 못하고 속았던 걸까. 송씨 지인인 최도철 김천내일신문 대표는 PD수첩에 “친한 후배가 이야기를 하면 안 믿겠나. 그렇게 오래 알던 후배가 이런 게 있는데 설명을 당연히 안 했겠나”라고 전했다. 결국 '송씨와의 친분'이 보증수표였다는 의미다.

김씨 앞에 등장한 또 한 명의 '귀인'으로는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대변인)이 거론된다. 당시 현직 기자였던 이동훈 전 논설위원은 김씨로부터 고가 골프채 세트를 받았고, 현역 국회의원들과 김씨의 만남을 주선한 의혹을 받고 있다.

“메이저 일간지 논설위원이 만나자는데 안 만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고맙게 생각하고 만난다”는 한 지역 국회의원 보좌관의 증언은 '조선일보 논설위원'에게 접근한 김씨의 의도를 짐작하게 한다. 이 전 논설위원은 본인에게 제기된 의혹이 '공작'이라 주장하고 있다.

김씨가 유독 자주 교류한 언론인으로는 TV조선의 간판격인 엄성섭 앵커가 꼽힌다. 엄 앵커는 김씨가 고급 외제차량을 유력 인사들에게 제공하는 데 활용한 렌터카 업체 홍보, 김씨의 생활체육단체(한국3대3농구위원회) 회장 취임식 등에 참여한 사실이 있다. 김씨 측근이었던 강아무개씨는 엄성섭 앵커가 식사·술 뿐 아니라 성접대를 자주 받았다고 PD수첩을 통해 주장하기도 했다. 엄 앵커는 “성접대 관련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악의적 허위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 중”이라는 입장이다.

▲8월17일 MBC 'PD수첩-가짜 수산업자와 황금 인맥' 갈무리 ⓒMBC

이 밖에 김씨는 정운섭 TV조선 기자의 대학원 학비를 대신 내주고, 이가영 중앙일보 논설위원에게 무상으로 고가 차량을 빌려준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는 정 기자가 대학원을 다닌 건국대학교의 김경희 이사장과도 교류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건국대 석좌교수 출신인 박영수 전 특별검사도 김씨에게 무상으로 차량을 빌려 쓴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특검이 김씨에게 소개해준 이방현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의 경우 외제차 무상 렌트에 더해 고가의 수입 시계를 받은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앞서 피의자 신분이 된 배기환 전 포항남부경찰서장까지, 김씨의 로비 대상은 검·경을 아우른다.

김씨 측근은 정운섭 기자, 엄성섭 앵커, 이방현 검사 등이 한 데 모인 자리에서 직접 금품을 전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회당 수백,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규모의 접대 이유를 이 측근은 이렇게 말한다. “이 사람은 알아놓으면 좋은 일에 많이 쓰일 데가 있을 것이다”, “(김씨가) 한결같이 하는 말이 '나중에 일이 터졌을 때 잘 보이려고'”.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김 씨의 접대를 받은 인물들이) 뒷배인 것처럼 서있는 것만으로도 그 역할을 다했다”고 봤다. “과거에는 언론인이 향응을 받는 게 대가성이었다면 지금은 인맥을 소개해주거나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엘리트들이 서로 자신의 어떤 인맥, 돈, 권력, 영향력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얼마나 부패가 일상화되어 있는지” 드러낸 사례라 지적했다.

김씨가 유독 자주 교류한 언론인으로는 TV조선의 간판격인 엄성섭 앵커가 꼽힌다. 엄 앵커는 김씨가 고급 외제차량을 유력 인사들에게 제공하는 데 활용한 렌터카 업체 홍보, 김씨의 생활체육단체(한국3대3농구위원회) 회장 취임식 등에 참여한 사실이 있다. 김씨 측근이었던 강아무개씨는 엄성섭 앵커가 식사·술 뿐 아니라 성접대를 자주 받았다고 PD수첩을 통해 주장하기도 했다. 엄 앵커는 “성접대 관련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악의적 허위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 중”이라는 입장이다.

그 뒷배가 서 있는 동안 사기 전력이 있는 인물이 116억원 규모의 사기 행각으로 최소 7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신력 있는 인사들이 거짓 신원을 보장해주는 동안 공개 석상에서의 김씨 활동도 거침이 없었다. 물리적인 대가성, 직무관련성 행위 여부와 별개로 '뒷배의 실체'를 부인하기 어렵다. PD수첩 보도에서 거론된 기타 인물들에 대해서도 상세한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

한편 자사 언론인들이 사건에 연루된 매체들은 소극적이거나 침묵에 가까운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동훈 전 논설위원 입건 초기에 이를 언급하지 않다가, 최근 그의 반론 중심 기사를 몇 차례 내보내는 데 그쳤다. 일찍이 혐의가 알려진 엄성섭 앵커는 물론 정운섭 기자의 이름은 TV조선에 등장하지 않는다. 중앙일보도 이가영 논설위원을 거론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간 피의자 중에서 직급이 높은 이들을 위주로 실명이 공개된 가운데 PD수첩 보도로 피의자 7인 전원의 이름이 보도됐다. 만약 이들 매체가 자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선다면 그 자체로 정론을 포기한 셈이다. 최소한 나름의 보도 원칙조차 밝히지 않을 경우 이번 사안을 보도할 때마다 '내로남불'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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