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논문 공개는 “개인사생활 침해”라는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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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와 교육부는 똑같은 일곱 글자로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개인사생활 침해.”
<셜록>은 은밀한 정보를 요구하지 않았다. ‘미성년 부당 저자 표기‘로 판정 받은 논문 제목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을 뿐이다. 논문은 개인적 성취만이 아닌 사회적-공적 결과물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논문을 쉽게 검색하고, 도서관 등에서 열람할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수많은 논문 중 어떤 게 ‘연구 부정’ 판정을 받았는지 알고 싶었다. 교육부가 직접 밝힌 대로, 연구 부정 가능성이 높은 논문은 한두 편이 아니다.
교육부는 2019년 5월 13일, 전국 50개 대학교수 87명이 논문 139건에 미성년 자녀를 등재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10월, 교육부가 특별감사로 추가 확인한 것까지 포함하면 미성년 공저자 논문은 794건이다.
이 중 어떤 논문이 연구 부정 판정을 받았는지, 시민은 알 길이 없다. 대학-교육부-학회가 ‘개인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부정한 논문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그 탓에 부정 논문은 여전히 도서관, 학술지 등에서 ‘정상 논문‘으로 살아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19년 10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4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회의에서 미성년 공저자 논문 특별감사 결과 발표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셜록>은 서울대학교와 교육부에 ‘미성년 공저자 연구 부정 논문‘을 알려달라고 지난 2월,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서울대는 2월 18일 ‘공개 불가‘를 통보했다. 서울대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6호를 근거로 들었다.
요청하신 자료에는 개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제1항제6호에 따라 공개할 수 없음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대 측이 언급한 법률에는 이렇게 나온다.
제9조(비공개 대상 정보) ①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공개 대상이 된다. 다만,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6. 해당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제1호에 따른 개인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교육부도 같은 법률 조항을 근거로 연구 부정 논문을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대와 교육부가 밝히지 않았지만, 해당 법률에는 ‘예외 사항‘이 있다.
가.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열람할 수 있는 정보
나. 공공기관이 공표를 목적으로 작성하거나 취득한 정보로서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아니하는 정보
다. 공공기관이 작성하거나 취득한 정보로서 공개하는 것이 공익이나 개인의 권리 구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
라.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직위
마. 공개하는 것이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법령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의 일부를 위탁 또는 위촉한 개인의 성명·직업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비공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서울대와 교육부는 ‘개인사생활 침해‘라는 방패로 이 모든 공익적 필요성을 덮어 버렸다.
<셜록>이 기획 ‘유나와 예지 이야기‘를 통해 소개한 사례를 보자.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A 교수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연구비 1억7200만 원을 받아 진행된 연구 논문에 고등학생 딸과 친구를 이름을 부당하게 넣었다. (관련 기사 보기)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A 교수.ⓒ황정빈서울대학교 수의학과 B 교수는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부의 사업 과제로 각각 연구비 6000만 원을 지원받아 진행한 연구 논문 두 편에 자기 딸 이름을 올렸다. (관련 기사 보기)
국민 세금이 교수 자녀 ‘스펙 쌓기‘에 이용된 셈이다. 이렇게 문제 많은 논문을 세상에 공개하는 게 과연 개인사생활 침해에 해당할까? <셜록>이 부정행위자 실명이나 주민번호가 아닌 ‘논문 제목‘만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는 걸 고려하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서는 교육 효과가 없어요. 어떤 교수가 연구 부정 행위를 해서 징계를 받았다고 해도, 옆방에 있는 교수가 알 방법이 없어요. (부정 행위를) 알려야지 효과가 있죠. 누가 부정 행위 하는 교수랑 일을 하겠습니까? 누가 그분을 신뢰하겠어요.
(부정을 저지른) 개인에 대한 공격보다도 어떤 종류가 실제로 연구 부정 판정을 받았고, 어느 수준의 징계를 받는지 등을 알려야 ‘아, 이런 부정을 하면 이 정도 징계를 받는구나. 안 되겠네’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교육 효과가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4일 고려대에서 만난 사단법인 대학연구윤리협의회 엄창섭 이사장(고려대 의대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연구 부정 판정 비공개’에 대한 비판도 덧붙였다.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 연구 부정 판정이 최종적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비밀로 하게 돼 있어요. 최종적으로 연구 부정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연구 부정 판정이 난 이후에는 궁극적으로 이를 공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연구 부정을 저질렀을 경우 이름까지 다 알리고, 일본도 이름은 아니더라도 어느 기관 소속인지는 알리고 있습니다.”
엄 이사장은 대학마다 부정 행위에 따른 징계 기준이 다른 점도 지적했다.
사단법인 대학연구윤리협의회 엄창섭 이사장(고려대 의대 교수) ⓒ황정빈“대학끼리도 이를 공유해야 같은 부정행위에 대해 징계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어요. 어느 학교에 있든지 간에 균등한 정도의 징계를 받도록 제도가 정비돼야지 효과가 있을 거 아닙니까.”
대학의 비밀주의와 자기 식구 감싸기는 학회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A 교수의 딸이 부당 저자로 올라간 논문은 한국미생물학회에서 발간하는 ‘JOURNAL OF MICROBIOLOGY’에 실렸다.
지난 1월 6일 <셜록>이 A 교수 사건을 보도한 직후, 한국미생물학회 측은 “(연구 부정 판정 논문 관련) 서울대로부터 통보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역시 “해당 학회에 통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 규정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제25조(위원회의 판정결과의 통지)
② 위원회는 필요한 경우 공저자 등 이해관계인에게 판정 결과를 통지할 수 있다.
‘통지할 수 있다‘라고만 적시 돼 있을 뿐, 알려야 하는 의무는 없다. 결국 연구 부정이 밝혀진 이후 달라진 건 거의 없다. 부정행위 교수는 여전히 강단에 있고, 논문도 고스란히 살아 있다.
<셜록>은 서울대와 교육부의 ‘부정 논문 비공개 결정’에 이의신청을 했다. 연세대학교에도 같은 조치를 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18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8조에 따라 정보공개와 관련한 공공기관의 비공개 결정에 대하여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공개 여부의 결정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해당 기관에 문서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셜록>은 이의신청 뒤에도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 행정소송 제기도 고려하고 있다. <셜록>은 부정행위 교수와 자녀는 물론이고 문제의 논문까지 계속 추적할 예정이다.
<셜록>은 대학을 지도·감독하며 공정한 입시를 책임져야 하는 교육부에 대한 공익감사도 감사원에 청구할 예정입니다.
공익감사를 청구하기 위해선 성인 300명 이상의 자필 서명이 필요합니다. 아래 링크에 첨부된 파일을 출력해 자필로 작성한 후, <셜록> 우편 사서함으로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일에 많은 시민의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왓슨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린다.
<셜록> 사서함 주소
(02586) 서울동대문우체국 사서함 제19호 진실탐사그룹 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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