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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원 받고도" 윤석열 발언, 그 속에 가려진 319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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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놀랍지만 안 놀랍다... 윤석열의 반노동 언행·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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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7일 경기도 안양시 평촌중앙공원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최저임금을 200만 원으로 잡으면, 150만 원, 170만 원 받고 일하겠다는 사람은 일을 못 해야 합니까? 200만 원을 줄 수 없는 자영업자는 사업 접으라고 해야 합니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7일 경기도 안양 유세 현장에서 한 말이다. 필자는 해당 발언을 접하고 놀랍다는 생각과 별로 놀랍지 않다는, 완전히 상충하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관련 기사: 윤 "150만원 받고 일하겠단 사람은 일 못해야 하나" http://omn.kr/1xp0j ).
 
먼저 놀랍다는 생각을 한 이유는 발언 자체에 있다.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월 150만 원의 임금에 일하고픈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식의 논리면 낮은 임금이라도 일자리가 절박한 취약계층 시민들을 악의적으로 착취할 자영업자가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월 200만 원을 줄 수 있음에도 "150만 원에 일하겠다는 사람도 있다"면서 임금을 후려칠 자영업자 역시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국가가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이유는, 이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지 위해서다.

반면 별로 놀랍지 않다는 생각을 한 이유는, 발언을 한 화자에게 있다. 윤 후보가 지금껏 해온 얘기들을 돌이켜보면 해당 발언은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이미 지난 1월 14일, 윤 후보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예를 들어 최저임금 180만 원, 200만 원이라고 하면 '나는 150만 원으로도 충분히 일할 용의가 있고 하고 싶다'고 하는데 만약 그걸 못하게 하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라고 말했었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 300만명이 넘는다

지난해 7월,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도 주장한 사람이 바로 윤석열 후보다.

사실 이런 발언을 하는 사람은 존재한다. 후보 본인도 '누군가에게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이런 발언을 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대통령 후보라는 데 있다. 윤 후보의 발언에 언론이 비판적인 이유는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최저임금제라는 법적 제도가 무늬만 남고 실효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정 소수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 수는 319만 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15.6%에 달한다. 지금도 6~7명 중 한 명의 노동자는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300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의 존재는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걸까.
 
최저임금 발언 넘어 '주 120시간 노동' 공약화... "근로시간 유연성 확대"

최저임금 뿐만이 아니다. 윤 후보는 자신의 '주 120시간 노동' 발언 역시 실천할 계획인 듯 보인다. 지난 2월 24일, 국민의힘은 171페이지에 달하는 대선 정책공약집을 발간했다. 이중 노동공약은 '노동개혁'이라는 표제 하에 4쪽 분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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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4일 국민의힘이 발표한 대선 정책공약집 중 윤석열 후보의 첫번째 노동공약은 다름 아닌 선택적 근로시잔제의 정산 기간 확대였다.
ⓒ 국민의힘


 
윤 후보의 노동공약 중 첫 번째 공약이 바로 '주120시간 노동'과 연관성이 있다. 공약집에 따르면 윤 후보는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확대하겠다"며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현행 1~3개월에서 1년 이내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의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최대 3개월 내에서 평균을 냈을 때 주 52시간 근무를 지킨다면 탄력적인 근무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윤 후보는 이 현행 3개월을 1년으로 확대한다는 얘기다.
 
이는 하루 16시간을 일하고 다음날 쉬고, 또 그 다음날 하루 16시간을 일하고 하루 쉬는 퐁당퐁당식의 노동 행태를 최대 1년까지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것이 하루가 아니라 주 단위가 되면 주120시간을 일하고 다음 주는 쉬는 식의 노동행태도, 1년 동안의 평균만 주52시간 이내면 상관없기에 용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초고강도 노동은 노동자의 건강을 해친다. 과로사로 추정되는 뇌심혈관계질병 산업재해 신청자는 2017년 576명, 2018년 612명, 2019년 747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3개월'이라는 비교적 단기간으로 제한한 이유다. 3개월 이상의 고강도 노동은 노동자를 죽음으로까지 몰 수 있다는 판단에 기반한 것이다.
 
노동자 무시한 반노동적 언행... 변화하지 않는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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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윤석열 후보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1년으로 늘리겠다고 공약까지 발표했다. '주120시간 노동' 발언의 언행일치인 셈이다. 

윤 후보의 노동관을 집대성하면, 노동자는 최저임금을 받지 않을 수도 있으며 1년 동안 고강도 노동을 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이는 앞서 살펴보았듯 지난 7월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발언이든 공약이든 일관된 모습을 보인다. 한국의 임금노동자 수가 2000만 명이 넘는데도 입장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대선의 향방이 어느 후보에게 간다 해도,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노동자는 그대로다. 만약 윤 후보가 자신의 노동관을 정부의 이름으로 관철하려고 한다면 노동자들은 가많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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