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부동산마피아의 역린을 건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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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웹자서전] ep.42
<부동산마피아의 역린을 건드리다>
협박을 당하고, 6연발 가스총을 구비하고... 아이들에 대한 협박까지 들은 아내는 무척 힘들어했다.
상대는 막강한 자본과 권력으로 무장한 기득권세력이었다. 나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변호사였을 뿐이고... 어떻게 할 것인가. 백척간두. 백 자 높이의 허공, 선 자리는 장대 끝, 바람 불면 휘청거리는 위태로운 자리.
이 싸움이 후에 얼마나 험한 가시밭길을 펼쳐놓을지 가늠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내가 포기하면 아무도 싸우지 않으리란 것은 분명했다. 몰랐다면 모를까, 알고서도 부정과 싸우지 않는 것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그 위태로운 허공, 백척간두에서 한 발 더 나아가기로 결정했다. 진일보.
아파트 특혜분양은 곁가지였다. 몸통은 땅의 가치를 천정부지로 뛰게 한 용도변경이었다. 어마어마한 이득이 발생하는 지점. 나는 사건의 본질을 추적하는 KBS ‘추적 60분’ 팀의 취재와 인터뷰에 응했다.
나와 인터뷰 도중, 내 사무실에 오기 전 수차례 검찰을 사칭해 시장 비서진과 통화하며 시장과의 연결을 요청한 KBS 피디에게 시장으로부터 통화하자는 음성메시지가 왔다. 용도변경의 최종 인허가권자였던 성남시장에게 전화한 피디는 자신이 파크뷰 사건 담당검사라며 솔직하게 전모를 털어놓을 것을 종용했다. 당시 성남시장은 내막을 털어놓았고 기자는 통화를 녹취했다.
며칠 후 녹취가 ‘추적 60분’ 방송으로 나갔지만 반향이 없다. 나는 피디에게 통사정해 녹취파일을 받아 기자회견장에서 공개했다.
마침 지방선거와 맞물려 세상이 뒤집혔다. 당황한 성남시장은 피디의 검사사칭 배후로 나를 지목했고, 검찰은 나를 공범으로 기소했다. 억울해서 대법원까지 가며 싸웠지만, 결국 유죄로 벌금 150만원을 받았다. 사칭한 PD는 선고유예였다.
‘파크뷰 특혜사건’ 싸움은 몇 년에 걸쳐 계속됐다. 무려 499세대를 정관계, 법조계, 언론계의 유력자들에게 특혜분양한 사실이 드러났고, 도움을 주고 돈을 받은 경기도지사 부인, 성남시장, 경찰간부, 언론인, 정치인 등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되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 사건은 나와 부동산마피아, 음험한 기득권 세력과의 전선이 구축되는 순간이었다. 이 일을 두고 어떤 평론가는 내가 ‘부동산 패권주의 세력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
부동산투기 세력은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땅을 통한 그들의 이익 추구는 만족을 모른다.
그들은 전방위적인 수단을 동원해 부동산값 상승을 부추기고, 서로 결탁해 범법하며 천문학적 이득을 취한다. 그들은 이기기 어려운 거악이자 우리 사회의 숨은 실력자들이었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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