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윤석열 장모의 '사문서 위조 혐의' 수사 안했다
컨텐츠 정보
- 6,753 조회
본문
최은순씨 모해위증 사건 불기소결정서 살펴보니] 총 27개 혐의 중 4개만 언급.. 핵심 빠져
[구영식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장모 최은순씨가 지난 7월 2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지방법원에서 불법 요양병원 운영으로 요양급여를 부정수급 한 혐의로 선고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최은순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가 이후 보석으로 풀려났다. |
ⓒ 이희훈 |
<오마이뉴스>는 윤 후보의 장모 최은순씨의 모해위증사건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불기소결정서를 입수해 살펴봤다. 검찰은 고소인(정대택씨)이 주장한 27개 혐의 가운데 ▲3억 원 합의 요구 ▲양재택 전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 모친 가사 돌봄 ▲양 전 차장검사와 딸(김건희 코바나콘텐츠 대표)의 결혼 소문 ▲미화 25만 달러와 한화 약 1억 원의 사업 손해 등 4개 혐의만 수사하고 이를 불기소했다. 장모 최씨가 이익금 분배 약정서를 변조했고, 위증교사를 위해 약정서 작성 법무사에게 2억6000만 원과 아파트를 증여했다는 등 가장 핵심적인 모해위증 혐의는 아예 빠졌다.
이는 장모 최씨의 모해위증 고소인이자 최씨와 18년 동안 법정소송을 벌여온 정대택씨가 지난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 내용과 일치한다. 정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문서(약정서)를 변조하고, 법무사에게 돈을 주고 매수하고 위증을 교사한 것 등 27가지의 범죄일람표를 검찰에 제출했다"라며 "그런데 검찰은 4가지만 수사하자고 제안했고, 나는 '문서변조, 법무사 매수와 위증 교사 등으로 수사를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라고 주장했다(관련기사 : 윤석열 장모 불기소'에 정대택 "검찰이 4가지만 수사하자 제안" http://omn.kr/1vyjp ).
수사 자체를 하기 싫었나... 27개 혐의 중 핵심 포함한 23개는 아예 언급 없어
윤석열 후보 장모 최씨의 모해위증사건은 지난 2020년 3월 정대택씨가 장모 최씨와 부인 김건희 코바나콘텐츠 대표, 양재택 전 차장검사 등을 상대로 고소장을 경찰청에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모해위증이란, 형사사건 등의 법정에서 '진실을 말하겠다'고 선서한 증인이 피고인이나 피의자 등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목적으로 허위진술을 하는 것을 가리킨다(형법 제152조 2항).
하지만 검찰이 이를 불기소하고, 정씨의 항고까지 기각하자 정씨가 대검찰청에 재항고했다. 이에 대검찰청은 지난 7월 1일 장모 최씨의 모해위증 피의사실에 한해 재기수사를 명령했다. 정씨의 고소사건을 불기소했던 서울중앙지검에 다시 수사하라고 지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장모 최씨가 채권매도에 따른 이익금 분배 약정서를 변조했다는 의혹 ▲장모 최씨가 위증교사를 위해 약정서 작성 법무사에게 2억6000만 원과 아파트를 증여한 것 ▲양재택 전 차장검사의 부인에게 1만8880달러를 송금한 것 등이 제대로 밝혀질 것으로 기대됐다(관련기사 : 검찰, 윤석열 장모 '검사 부인 외화송금' 등 재수사 http://omn.kr/1uc7y ).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박규형)는 지난 9일 윤 후보 장모 최씨의 모해위증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당시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장모 최씨의) 모해위증사건에 대하여 대검 승인을 거쳐 불기소 처분하였다"라고 알리면서 "다만 혐의사실이나 불기소 사유는 공소제기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알려드리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검찰은 혐의사실과 불기소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불기소결정서에 따르면 수사를 요청한 전체 혐의 가운데 핵심을 벗어난 극히 일부분만 다룬 채 전체를 불기소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요한 혐의가 아예 사라진 것이다.
▲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지난 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장모의 모해위증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
ⓒ 오마이뉴스 구영식 |
애초 고소인 정씨가 검찰에 수사해 달라고 요구한 윤석열 후보 장모 최씨의 모해위증 혐의는 총 27개였다. 여기에는 ▲채권 매도에 따른 이익금 분배 약정서(사문서) 변조와 행사 ▲위증교사를 위해 약정서 작성 법무사에게 2억6000만 원과 아파트 증여 ▲사채업자를 통한 3억 원 합의 요구 ▲딸(김건희 대표)과 작은어머니 명의로 양 전 차장검사 부인에게 1만8880달러 송금 ▲양 전 차장검사 모친 가사 돌봄 ▲ 딸과 양 전 차장검사의 8박 9일 해외여행 ▲딸과 양 전 차장검사의 결혼설 ▲미화 25만 달러와 한화 약 1억 원 사업 손해 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 가운데 세간의 관심사와 달리 법률적으로 가장 중요한 혐의는 ▲채권 매도에 따른 이익금 분배 약정서 변조와 행사 ▲위증교사를 위해 약정서 작성 법무사에게 2억6000만 원과 아파트 증여 등이다. 장모 최씨와 정씨의 '18년 법정 소송'의 출발이 '채권 매도에 따른 이익금 분배 약정서 문제'였기 때문이다. 최씨와 정씨는 지난 2003년 6월께 공매를 통해 272억여 원짜리 오금스포츠프라자 근저당권부 채권을 99억1000만 원에 공매받아 53억1000만 원의 이익금을 남겼다가 이의 분배를 두고 오랫동안 법정소송을 벌여오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러한 핵심 혐의는 뺀 채 중요도가 떨어지는 ▲3억 원 합의 요구 ▲양 전 차장검사 모친 가사 돌봄 ▲양 전 차장검사와 딸의 결혼 소문 ▲미화 25만 달러와 한화 약 1억 원의 사업 손해만 수사하고, 이것마저 불기소 처리했다.
복수의 육성 직접증언보다 양재택 전 차장이 공개한 문서 더 신뢰
또한 수사했던 내용도 일방적으로 불기소하기에는 논란인 지점들이 있다.
특히 정씨는 사채업자와 장모 최씨의 작은어머니를 통한 3억 원 합의 요구 혐의를 증명하기 위해 3억 원 합의를 요구받은 날짜를 '2010년 9월 14일'로 특정했고, '합의가 보류되었다'는 취지의 메모가 기재된 자신의 수첩 사본(2010년 9월 24일 자)을 증거로 제출했다. 사채업자 김아무개씨도 지난 2012년 검찰조사에서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2010년경 장모 최씨로부터 '정씨가 내 가족들까지 괴롭히니 그만 좀 했으면 한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정씨에게 합의를 제안한 적이 있다"라고 진술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검찰은 정씨가 제출한 자필메모 수첩, 사채업자 김씨의 진술과 관련해서는 각각 "합의를 장모 최씨가 요청한 것인지 입증하는 직접 증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진술 내용이 계속해 변경되는 등 김씨 진술의 신빙성를 인정하기 어렵다" 등의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또한 정씨는 딸 김건희 대표와의 동거·결혼설이 나돌았던 양 전 차장검사 모친의 가사를 돌봐줬다는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장모 최씨의 작은어머니와 며느리의 대화 녹취록(2008년 2월께), 유튜브 기반 탐사보도매체 <열린공감TV>의 양 전 차장검사 모친 단독 인터뷰(7월 24일) 녹취록 등을 검찰에 제출했다.
전자의 녹취록에서 작은어머니 김씨는 "명신이가 양 검사 엄마네 살림까지 다 하니까 (양 검사를) 쥐락펴락한다"라고 말했다(관련기사 : 윤석열 장모 작은어머니 "명신이(김건희)가 양 검사 꽉 쥐고 있다" http://omn.kr/1uct4 ). 또한 후자의 녹취록에 따르면 양 전 차장검사의 모친은 "(나를) '엄마'라고, (자기를) '딸'이라고, (내 아들을) '오빠'라고 하고 살았다"라고 증언했다(관련기사 : '동거설' 전 검사 모친 "윤석열 부부 아파트는 우리 집, 김건희 거 아니다" http://omn.kr/1ulpx ).
하지만 검찰은 이런 '육성 직접 증언'보다 양 전 차장검사가 언론에 공개한 모친의 치매진단서를 더 신뢰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불기소결정서에서 "(<열린공감TV>의 인터뷰에는) 장모 최씨의 차녀(김 대표)가 양재택 모친의 가사를 돌봐주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언급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고, 위 진술 이전 시점에 진단받은 양재택 모친의 진단서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정씨는 검찰이 장모 최씨의 모해위증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날(9일) 재정신청을 접수했다. 재정신청은 검사가 고소·고발사건을 불기소하는 경우 그 처분에 불복해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관할 고등법원에 그 처분이 타당한지를 판단해 달라고 청구하는 절차다.
Copyrights ⓒ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자료
-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