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기자들 만나 일본 극우 대리인 자처한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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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과거사 왜곡’도 우리 탓? 윤석열 “일본 정부 우경화 문제로만 볼 수 없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1.12.ⓒ뉴시스 /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2일 한일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우리 정부에만 물었다.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는 지적하지 않은 채, 우리 정부가 외교 문제를 국내 정치에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치면서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한일, 한미, 한중 관계에 대한 입장과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윤 후보는 모두 발언에서 자신의 한일 관계 구상에 대해 "김대중-오부치 선언 2.0 시대를 열고자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과거사 문제와 경제 협력, 안보 협력의 의제를 망라한 포괄적인 해법을 모색하겠다"며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고 신뢰를 만들어 가는 한일 관계의 새로운 50년을 그리겠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대일 정책에 대한 평가를 묻는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 질문에 "현 정부 들어와서 대일관계가 과연 존재하냐고 할 정도로 외교 자체가 거의 실종된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이 정부 들어 한일 관계가 거의 망가졌다"고 깎아내렸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대일 관계를 국내 정치에 너무 끌어들이다 보니, 대일관계나 외교 관계가 국가의 이익을 서로 조정하는 관계로서 논의되는 게 아니고 어느 특정 국가와의 외교 관계가 국내 정치에 활용된다면 외교 관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일 문제를 국내 정치에 활용한다는 것은 주로 일본 내 극우 정치 세력들이 펼치는 주장이기도 하다.윤 후보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의미에 대해선 "한일 관계가 미래를 지향하면서 협력할 때,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간에 잘 정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한일 관계가 미래를 향해서 국익에 부합하게,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게 협력·발전해 나간다면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국민이 수용할 정도의, 일본 정부와 국민의 입장이 나오지 않겠나"라고 안일한 시각을 드러냈다.
윤 후보는 '지금의 우경화된 일본은 과거 김대중-오부치 선언 때의 일본과 다르다'는 지적에도 우리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일본의 과오를 인정하고 진정한 반성과 사죄를 전제로 두 나라가 미래로 나아가자는 선언이라고 해석하며, 윤 후보가 이 선언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일본은 과거 오부치 선언이 나올 때의 일본이 아니다. 한참 우경화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윤 후보는 "한일 관계가 원만하고, 미래를 위한 협력 체계가 잘 작동이 되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국민이나 일본 정부 관계자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며 "일본 정부의 입장이 왜 중간에 이렇게 바뀌어졌느냐는 것은 단순히 일본 정부의 우경화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가 미래를 위해 크게 열려 있으면, 오부치 총리는 사과하고, 우리 김대중 대통령은 미래를 위한 협력을 제안했던 게 잘 굴러왔다면 일본 정부나 일본 다수 여론의 입장은 그렇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전 선언에는 부정적 "부작용 크다"
'남북미 3자 상시 회담' 제시했지만
현실 가능성은 여전히 의문
종전 선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종전'만 분리해서 정치적인 선언을 할 경우 그 부작용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며 "종전 선언만 먼저 할 경우, 종전 관리 체제인 유엔사가 무력화되기 쉽고, 유엔사의 일본 후방기지 역시 무력화되기 쉽기 때문에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한민국 안보에 중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이것이 국내적으로는 주한 미군 철수, 병역 감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북한 비핵화가 불가역적으로 진전돼서 광범위한 경제 협력 관계가 수립된다면 평화 협정과 종전 선언은 얼마든 함께 갈 수 있는데, 지금 상태에서는 국제 사회나 남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다만, 윤 후보의 구상과 달리 북한은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협상에는 전혀 임하지 않고 있다. 윤 후보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방안으로 '남북미 3자 상시회담'을 제시했지만, 현실 가능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는 "판문점이든 북한이 원한다면 워싱턴도 좋다. 여기에 남북한과 미국의 상시적인 3자 회담 장소를 둬서 서로 간에 미리 조율하는 상시 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가 진전돼야 한다"며 "3자 상시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가 진전되면 나중에 4자든, 6자든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는 결론이 내려지면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대략적인 로드맵을 밝혔다.
한편, 윤 후보가 외신기자로부터 받은 첫 질문은 '검찰 출신 대통령 후보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미국 'ABC뉴스' 기자는 윤 후보에게 "평생 검사 생활하면서 외교 문제나 국제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물었고, 윤 후보는 "검사 생활을 하면서도 경제 문제나 국제 문제에 관해 쭉 관심을 가져왔고, 미국연방 법무성하고 MOU를 체결하면서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 가져왔다"고 답했다.
윤 후보는 "과거 사드 문제라든지, 안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검사 생활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신문 기사뿐 아니라 많은 관심을 가지고 독서도 해왔고, 그런 바탕을 가지고 제가 정치를 시작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도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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