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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양반전, 아니, 정규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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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正規)란 대저 땅 깨나 보유했거나 입에 금숟갈 물고 태어난 양반은 아닌, 중인(中人)들 가운데에서 그 노동과 생활의 질을 달리하는 이들을 높여서 부르는 말이며 비정규(非正規)라 함은 그렇지 못한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예로부터 경기도 영종진에는 그 두 집단이 섞여 살았다. 어느 날 주상 전하께서 즉위 후 변방을 순시하시다가 그 두 집단 간에 드리워진 차이를 가슴 아파하시며 하교하시었다.
정규직은 무엇이며 비정규직은 무엇인가. 막비왕민(莫非王民)! 그 누가 왕의 백성이 아니라는 말이냐. 인천 부사와 영종진첨사는 하시라도 빨리 그 차이를 없애고 내게 보고할진저.
이에 기절초풍한 부사와 첨사는 상의하여 우선 비정규 가운데 타의 모범이 되고 성실했던 자를 골라 시험 삼아 정규를 삼아 보고자 하였다. 이를 널리 공표하니 한 늙은 비정규가 손을 들었다.
정규는 아무리 연차가 낮아도 늘 존귀하게 대접받고 나는 수십 년을 일해도 그런 대접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소인이 장차 정규가 되어 보고자 하오니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부사와 첨사는 크게 기뻐하며 승낙했다.

이는 전하의 뜻이니 네 뜻이 참으로 전하의 마음과 같도다. 우리가 정규와 비정규를 모두 모아 놓고 이를 증인 삼고 증서를 만들어 본관이 서명할 것이다.
부사와 첨사는 관부로 돌아가 관내의 정규와 비정규, 그리고 양반과 평민 모두를 동헌뜰에 모았다. 그리고 정규직 사령장을 만들었다. 부사와 첨사는 양반 귀족으로 정규와 비정규의 현실을 잘 알지 못하니 정규가 취해야 할 바는 정규에게 물어 정규가 행하는 그대로를 적어 가르치라 하였다. 이에 정규 하나가 문서를 작성하여 비정규 앞에서 준엄하게 읽기 시작하였다.
문통(文統) 3년 모월 모일에 이 문서를 만드노라. 비정규가 정규로 바뀌니 이는 파천황과 같은 일이요 성은이 하해와 같음이라. 비정규는 이제 ‘비’(非)자를 뗌에 있어 다음과 같이 행하고 익히고 새길지니라.

모름지기 정규는 넷으로 구분된다. 약간의 법과 기타 과목을 섭렵해 가지고 크게는 각종 고시 급제요, 그다음으로는 하급 공무원이요, 다음으로 공기업 정규요, 그다음으로는 대기업 정규이며 이 아래로는 중소기업 정규도 있으나 대기업 비정규만도 못하며.... 어쨌든 그러하고 그 아래로는 일괄로 비정규라 일컫는다. 정규직 사령장은 길이 2자 남짓한 것이지만 정규의 이익은 막대하다. 일단 이 사령장을 얻기만 하면 웬만하면 잘리지 아니하며 상당한 연봉을 받고 안정적인 노동 환경이 보장된다.

자동차를 만드는 공정에서도 근무시간에 와이파이를 요구할 수 있으며 형편이 좋은 곳 정규의 경우 자식의 유학 비용까지도 타먹는 경우도 있다. 비정규들처럼 해고의 공포에 날마다 사로잡힐 이유가 없고 힘들고 위험한 일은 비정규에게 주거나 하청을 내리되 책임은 모두 그들에게로 돌아가며 사고가 날 경우 ‘우리는 원칙을 지켜 교육을 시켰는데 들어먹지를 않았노라’고 하면 탈이 나지 않는다.

대기업 정규의 경우는 회사 사정에 따라 형편이 천차만별이고 공무원 정규는 직급과 부처에 따라 일하는 양이 여러 갈래이나 공기업 정규들의 경우는 실로 성은이 망극한 곳이다. 엄격한 시험을 거쳐 수년간의 노력을 통해서만 따내는 작위와도 같은 것이다.

여기까지 읽던 공기업 정규가 별안간 사령장을 집어던지며 인천부사와 영종진첨사 앞에 엎드려 울부짖었다.

세상에 이런 법은 없사옵니다. 소인들 청와궁 앞에 나아가 머리를 찧고 이마에 피를 내어 외칠 것이옵니다. 주상 전하께서 기회는 공정할 것이라 하셨나이다. 여러 번 그러셨나이다. 저희가 이 작위를 얻기 위해 들인 공은 하늘에 낳고 흘린 땀은 백두산 천지를 짜게 만들고도 남으니 저들 같은 비정규를 어찌 하루아침에 우리의 자리에 앉힌단 말입니까. 아아 하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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