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장동 비리 씨앗은 '수원지검 수사팀'..남욱 횡령 봐주고, 변호사법 위반 상고 안해

손구민 기자 입력 2021. 10. 13. 06:00 수정 2021. 10. 1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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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천화동인 4호’ 남욱 변호사가 지난달 가계약한 건물 외경. 연합뉴스


검찰이 2015년 대장동 개발 비리 수사 당시 남욱 변호사의 횡령 혐의를 포착하고도 불기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은 “남 변호사를 구속했고, 봐준 게 없다”고 반박했다.

12일 남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 판결문을 보면, 그는 대장동 사업을 민간 주도로 추진했던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 이모 대표로부터 8억3000만원을 받았다. 이 대표는 신영수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대장동 사업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빼달라고 로비하기 위해 지급한 돈이라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이 대표로부터 8억3000만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5억3000만원은 당초 이 대표가 현금화를 해달라며 준 돈이기 때문에 이후 이 대표에게 현금으로 되돌려줬고, 3억원은 정당한 변호사 비용이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도 “5억3000만원은 피고인(남 변호사) 주장과 같이 현금화를 위하여 교부된 돈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남 변호사가 5억3000만원을 세탁해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대장동 개발의 핵심 인물인 정영학 회계사와 남 변호사가 2014년 말 검찰 수사에 대비해 자필로 작성한 ‘사건 보고서’이다. 법원이 증거로 채택한 이 보고서에는 ‘횡령의 공범 → 방법 없음’, ‘변호사 비용 우기는 것이 맞음’이라는 정 회계사의 메모가 있다. ‘횡령의 공범 → 방법 없음’은 남 변호사가 현금화해 이 대표에게 되돌려준 5억3000만원에 대한 것이고, ‘변호사 비용 우기는 것이 맞음’은 나머지 3억원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남 변호사가 받은 8억3000만원 중 5억3000만원을 받은 행위는 횡령 공범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두 사람이 나머지 3억원이라도 변호사 비용이라고 주장해 횡령 혐의를 피하자고 모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 회계사는 법정에서 “(남 변호사가 이 대표와) 횡령의 공범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으니 (3억원 부분이라도) 정당한 변호사 비용이라고 우겨야 한다고 한 것”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적어도 5억3000만원에 대해서는 횡령죄 공범 혐의를 인정한 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검찰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남 변호사를 기소했다. 남 변호사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횡령죄의 법정형이 (변호사법 위반보다) 높음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남 변호사)이 횡령죄의 공범이 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라는 정 회계사의 진술을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가 횡령죄 혐의를 피하려고 한 것일 뿐 변호사법에 저촉될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1심 재판부가 남 변호사 등이 ‘변호사 비용 우기는 것이 맞음’이라고 한 3억원에 대해서도 횡령죄 공범 혐의에 심증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뇌물공여자(이 대표)가 남 변호사에게 준 돈이 횡령 자금이 아니라고 하는데 남 변호사에게 횡령죄를 적용하려면 공여자 진술이 거짓임을 입증해야 했다”며 “공여자 진술을 토대로 여러 명을 구속한 상황에서 그 진술이 다 맞는데 남 변호사에게는 해당 안 된다고 보는 것은 일관성이 없어 변호사법 위반으로 밀고 나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남 변호사에게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상고하지 않았다. 검찰 특수부가 기소해 하급심에서 무죄가 난 사건을 상고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기소 당시 수원지검장이었던 강찬우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2심부터는 퇴임 후 일이라 모르지만 1·2심에 무죄가 나오면 (무리한 공소 유지를 방지하기 위해) 내부위원회를 거쳐 상고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대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남 변호사는 총원 31명의 매머드급 변호인단을 꾸렸는데, 여기에는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하고 딸을 이 회사에 취업시킨 박영수 전 특별검사도 이름을 올렸다. 강 변호사 역시 화천대유 최대주주인 김만배씨와의 친분으로 이 회사에서 이후 고문 활동을 했다.

손구민 기자 km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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